학교교육 재설계 1단계 비전 설정하기, 미래지향적 비전, 지식기반 구축하기

미래학습에 적합한 대담하고 강력한 비전은 어떻게 개발해야 할까? 학구나 학교가 학생들을 위해 장차 이루고자 하는 모습, 즉 분명하고 강력하면서도 공유된 비전은 학교를 새롭게 활성화하기 위한 모든 계획과 연계되어야 한다.

미래지향적 비전 설정하기

1. 비전의 의미

'비전(vision)'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교육자들은 비전이라는 용어를 단순한 일회성 아이디어를 나타내는 말부터 새로운 현실을 담은 신비로운 영감을 나타내는 말까지 다양한 의미로 사용한다. 본 글에서 말하는 비전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안내하고 이끌어주는 프로세스이다. '비전 세우기(visioning)'는 초점을 명확히 하고, 폭넓고 유의미한 변화를 이루는 데 필요한 헌신을 끌어내기 위한 첫 번째 단계이다.

그러나 모든 비전이 다 미래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심층적이고 지속가능한 교육개혁을 방해하는 것은 새로운 학습환경이 직면하게 될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력이다. 학교의 비전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들은 미래를 창조하기보다는 현재를 고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경우가 많다. 만일 우리가 열망하는 비전이 미래에 대한 탐구를 통해 얻은 지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들은 여전히 과거에 뿌리를 둔 교육에 갇히고 말 것이다.

진실로 미래지향적인 비전이라면 우리를 미래로 곧바로 이끌 것이다. 학교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우리가 현재를 훌쩍 뛰어넘어 곧장 미래로 달려갈 필요가 있다. 

2.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극복하기

미래를 품고자 한다면 용기가 필요하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다음과 같은 충동, 즉 과거의 편안함으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열망, 현재에서 꼼짝도 하지 않으려는 성향, 어떤 변화에도 저항하려는 의지를 유발할 수 있다. 인간의 뇌는 두려움과 스트레스에 대해 싸우거나 회피하거나 얼어붙는 반응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용감하게 미래를 마주해야 한다. 현 상황을 유지하려고 고집스럽게 저항하거나 과거로 되돌아간다면 학생들이 받아 마땅한 시의적 교육을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강조할 점은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세우는 일이 곧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승산 없는 가정이다. 비록 확실하게 알 수 있는 단 하나의 미래는 없어도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드러나게 될 잠재적인 미래는 많다. 우리가 할 일은 교육과 학습에 영향을 미칠 변화의 다양한 동인(driver)을 탐색하는 것이다. 그래야 이 촉매들이 학교교육의 과정에 미칠 잠재적 영향들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

3. 미래지향적 비전 만들기

미래지향적 비전은 비교적 단순한 3단계 과정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지식기반 및 미래지향성 개발하기 → 바라는 미래의 비전 만들기 → 미래지향적 가공물 창출하기

 

지식기반 및 미래지향성 개발하기

지식기반(knowledge base)은 효과적인 미래지향적 비전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출발점이다. 지식기반을 토해 교육공동체는, 미래는 물론 미래에 부합하는 교육에 관해 긍정적이고 지적인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기존의 인식, 단순한 일반화, 편견, 과거의 교육 경험 등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미래의 변화 트렌드와 그 동인에 대한 지식기반이 탄탄하면 앞으로의, 그리고 이미 드러나고 있는 미래의 여러 모습은 물론이고, 우리가 바라는 미래의 구체적인 모습을 전망하는 데 필요한 안목을 얻을 수 있다.

다행히 미래에 관한, 특히 교수·학습의 미래에 관한 연구 및 기록과 이 주제를 다룬 서적은 풍부하다. 또 미래지향적인 연구를 수행하는 많은 기관들의 작업은 미래가 어떻게 전개되고 드러날지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지식기반 및 미래지향성을 개발하면 공동체 구성원들이 미래에 초점을 둔 대화에 참여할 기회가 풍부해진다. 미래지향적 비전을 세우는 과정에서는 학교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참여가 관건이고, 그들이 적절하고 폭넓게 참여하도록 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교사전문성 개발의 날'이나 학부모 저녁모임에 연사를 초빙할 수 있다. 교사들이 참여하는 스터디그룹이나 독서모임을 만들 수도 있다. 생각을 자극하고 미래지향적인 TED 특강을 보여주는 것도 비전을 세우는 과정에 교직원과 학부모의 참여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아울러 학생들을 반드시 참여시켜야 한다. 그들은 대개 미래에 대한 논의에서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깊이 있고 풍부하고 협력적인 참여를 통해 우리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가슴과 머리에 미래를 보는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

이때 주의할 점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서 실제로 비전을 만들기 전에 지식의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식기반이 없다면 우리가 이해하고 의도하는, 바라는 미래를 구상할 수 없다. 탄탄한 정보 없이 투입(input)을 서두르다 보면, 투입 요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하나의 통합된 비전으로 나아갈 수 없으며, 결국 너무나 다양한 개인적 인식, 잘못된 가정과 오해에 근거한 주장들, 그리고 증거나 연구로 뒷받침되지 않는 모순된 관점들로 끝날 수 있다. 실질적인 지식이나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는 가정과 개인적 선호는 우리가 추구하는 공유된 비전을 개발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되지 못한다.

 

이상으로 학교교육 재설계를 위한 비전 설정하기 1단계까지 알아보았다. 미래지향적 비전의 2단계와 3단계는 다음 게시물에서 이어서 설명해 보겠다.